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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해 주세요 (Let us Pray Together)

[제주 해군기지 건설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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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 마지아 수녀님
댓글 0건 조회 6,064회 작성일 11-08-2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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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중앙본당 중고등부학생회가 걸어놓은 ‘강정은 생명’이 적혀 있는 플래카드.


“비상계엄지역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주도 서귀포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현장을 찾은 지난 11일, 안내를 맡은 제주참여환경연대 정수경(마리아) 간사의 한마디 한마디에서는 짙은 아픔이 묻어났다. 건설현장에 접근도 하기 전에 삼엄한 차림의 경찰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분위기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사복을 입은 해군들도 있는데, 일반인과 구분이 잘 안 돼요.”

기자와 동행한 본지 이창준(시몬) 제주지사장의 귀띔에 소름이 돋을 듯했다. 이쯤 되면 도회지에서는 쉬 볼 수 없는 광경인 것만은 분명하다.

제주공항에서 강정마을로 향하는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머릿속으로만 그려보던 강정마을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순간, ‘공권력’이 지배하고 있는 현장의 모습이 거대한 슬픔으로 다가왔다. 제주도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강정마을에 투영돼 비치는 해군기지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기괴스러움 자체였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천연기념물 제442호 제주연안연산호군락지’, ‘환경부 지정 생태계보전지역’,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구역’…. 모두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는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 중덕해변 일대에 붙여진 명칭들이다. 지금은 해제되고 말았지만 얼마 전인 2009년까지만 해도 절대보전지역이기도 했다. 제주도의회가 지난 2009년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해 해군기지 건설에 법적인 걸림돌이 없어지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27일 해군기지 건설에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경찰의 눈길을 받으며 해군기지 건설현장을 찾았다. 길목을 지키고 선 경찰들을 의식한 채 관광에 나선 사람처럼, 속으로는 지금껏 체험하지 못했던 팽팽한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한 발 한 발 마을 깊숙이 들어섰다.

기초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듯했다. 공사구간이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세워놓은 높은 펜스가 건설부지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육중한 철골구조물과 ‘삼발이’(파도를 흡수하는 석재구조물)들이 곳곳에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땅이 직선 모양으로 파헤쳐진 곳도 눈에 들어왔다.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면 두 번 다시 밟기 힘든 땅이라는 생각에 숙연한 마음까지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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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초공사가 진행된 해군기지 건설부지에 육중한 철골구조물과 석재 삼발이가 쌓여 있다.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은 지난 7일 제주를 강타한 제9호 태풍 ‘무이파’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강정마을 중덕해변 주위에는 제주교구 신부들과 신자들, 시민단체 회원들이 함께 설치했던 천막과 텐트 등이 힘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태풍이 오기 전만 하더라도 제주교구 신부 3명이 한 조를 이뤄 교대로 강정마을을 지키던 곳이었다.

태풍으로 대부분 훼손되긴 했어도 곳곳에 나붙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플래카드와 피켓 등이 수그러들지 않는 주민들의 굳은 의지를 대변해주는 듯했다.

정수경 간사는 “해군과 경찰은 무이파를 기회로 해군기지 건설 현장을 완전히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이파가 강정마을을 휩쓸기 전에 경찰은 불법시설물 설치와 불법집회를 이유로 주민들은 물론 신자들과 사제들에게까지 물리력과 폭력을 행사했고 이 과정에서 부과된 벌금액만 2억8000만 원에 달한다.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주민으로서의 권리주장에 심각한 위협을 당하고 있다.

경찰은 텐트와 천막 설치를 금지한다고 엄포를 놨지만,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다시 세운 텐트와 천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천막 안 가마솥에 음식을 끓이고 있던 김종환(55) 씨는 기자의 방문에 답답함과 억울함을 토로했다. “말도 꺼내지 마십시오. 아버지와 아들이 얼굴을 안 보고 제삿날에도 형제들이 안 모이는 집안이 많습니다.”

4대조부터 강정마을에 살고 있다는 그의 말에 해군기지 건설로 갈린 민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알량한 돈 몇 푼에 사람들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인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강정마을 중덕해변을 찾은 날은 매주 ‘생명·평화를 위한 미사’가 봉헌되는 목요일이었다. 미사가 시작되는 오전 11시가 가까워지자 신자들이 모여들어 중덕해변 구럼비 바위에 자리를 잡았다. 본당별로 버스를 대절해 온 신자들은 금세 1000명을 넘어섰다.

갑자기 소란스러움이 일었다. 경찰이 미사에 참례하려는 신자들의 출입을 막은 것이다.

“왜 평소에 열려 있던 문을 막느냐”, “내 나라 내 땅도 마음대로 못 다니느냐”는 신자들의 항의에도 경찰은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출입을 제지당한 신자들은 5분이면 올 길을 두고 15분 넘게 걸리는 길을 돌고 돌아 미사에 참례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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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군기지 건설부지를 경계하던 경찰이 ‘생명·평화를 위한 미사’에 참례하려는 신자들의 출입을 막았다. 곧바로 경찰병력은 2배가 넘게 늘어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무기의 비축이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평화의 섬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면 4·3사건으로 인한 3만 명의 희생은 망각의 무덤에 묻히고 ‘개죽음’이 될 것입니다.”

미사를 주례한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서려있었다. 강 주교는 또한 “군비를 확장하는 반대편에 기아에 허덕이고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한 바오로 6세 교황의 간절한 호소에 한국의 지도자들이 귀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가 강론을 하고 신자들이 앉아 있던 제주의 명물 구럼비 바위와 중덕해변은 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될 경우 시멘트로 뒤덮일 장소다.

미사가 끝나고도 오래도록 바위 위에 남아 어디에 눈길을 둬야할 지 고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주민들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이창준 제주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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